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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대필사건에 가려진 김기설의 삶과 죽음  

  스피박(1988)은 논문 <하위 주체는 말할 수 있는가?>에서 인도의 과부 순장 관습에 대해 언급한다. 순장 관습에 대해 영국 식민주의자와 서구 페미니스트, 인도 민족주의자들은 논쟁을 벌인다. 영국 식민주의자와 서구 페미니스트는 순장을 가부장적 폭력이라고 주장하며, 인도 민족주의자는 과부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선택된 행위임을 역설한다. 스피박은 이러한 담론 하에서 인도 여성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사장되는 현상에 주목한다. 즉 여러 담론 하에서 정작 그 하위 주체들은 재현되지 못했다는 것이다(이현정, 2008: 98-99).
  김기설의 죽음을 둘러싼 여러 목소리들을 보며, 이러한 스피박의 글이 떠올랐다. 김기설의 죽음은 ‘유서대필사건’의 일부로서 기억되어 왔다. 그 기억 속에서 정작 김기설이라는 개인은 살아남지 못했다.
  본 아카이빙의 목적은 김기설이라는 유령을 되살려보는 데 있다. 데리다가 밝혔듯이 모든 존재는 차연으로 존재하며, 모든 기록에는 유령처럼 찾아오는 여백이 있다(박수연, 2019:26). 본 아카이빙은 그동안의 기록과 구조 속에 배제되었던 유령을 드러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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