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제 : 고등학교 국어교사의 하루

기술 : (...) 8시 10분에 직원회의가 있으니 1층 시청각실로 오라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정말 우리 부서 선생님들은 착하다. 한번도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회의에 참석한다. 할 수 없이 나도 참석한다. 지루한 회의가 끝나고 인쇄실에 들러 지난 주에 맡긴 학습지를 찾아온다.

1,2교시 연달아 수업이다.
1교시 다른 선생님 사정으로 원래 7반인데 8반으로 바뀌었다. 여학생반이다. 인터넷 수능 비문학 독해 과학 분야의 글을 읽고 문제를 푸는 수업이다. 어렵고 재미없다. 교과서 대신 부교재인 ebs 교재를 하기 때문에 준비한 인쇄물을 책이 없는 학생들에게 나눠준다. 여학생 반이라 대부분 책이 있다. 미처 못 산 학생 두어 명, 예체능계라서 우리가 하는 B형이 아니라 A형 교재를 산 학생들 몇 명이 학습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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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교시 수업이 없다. 하지만 할 일이 많다.
우선 분회 선생님들과 분회원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친한 몇 선생님들에게 ‘5월 12일 일기 수집 이벤트’을 소개하는 쪽지를 보낸다.
국어과장으로서 할 일도 있다. 세월호 참사로 1학기 예정 수학여행, 수련회가 취소되고 2학기 예정 백일장 행사가 5월 23일로 앞당겨 실시된다. 국어과 선생님들 중 누가 심사를 할 건지 글제는 무엇이 좋을지 조언을 해 달라는 2학년부의 요청이 있었다. 국어과 협조가 필요한 다른 행사까지 역할 분할 계획을 세운 뒤 국어과 선생님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쪽지를 보낸다. 덧붙여 글제 추천도 부탁한다. 발빠르고 친절한 선생님 몇 분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습니다’라는 답을 보내온다. 고맙다.
3교시가 끝나갈 무렵 외출했던 옆자리 K교사가 점심으로 먹을 햄버거를 사갖고 들어온다. 생각보다 일이 일찍 끝났다며. 놀러온 절친 C와 셋이 테이블에 앉아 세트 메뉴에 딸려온 감자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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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수업이 다 끝났다. 유일하게 6교시 수업인 날이라 일찍 끝난다. 3시 20분. 담임이 아니니까 종례할 필요가 없고 정말 다 끝났다. 오늘 하루 학교생활을 정리해 본다. 훌륭하다. 무사히 네 시간 수업 다 했고 쉬는 시간에 내가 맡은 업무인 독서동아리, 토론대회 관련해 문의하러 온 학생들에게 친절하게 답변해 주었고, 처음으로 어느 독서동아리원들에게 작년에 사둔 책을 빌려주기도 했다. 6월 2일 실시 예정인 토론대회에 대한 관심도 점점 많아지고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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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 지금 퇴근할까. 생각할수록 비담임이 좋다. 종례 부담도 없고 문제아 상담할 일도 없고. 2년 연달아 3학년 담임을 하고 나니 비담임의 행복이 더 크게 느껴진다. 작년에는 퇴근 시간도 늦었지만 학교에서는 수업 준비할 시간이 없어 맨날 교재를 들고 집에 갔다. 수업 준비를 하기 위해서. 올해는 충분히 빈 시간에 수업 준비를 할 수 있다. 그래서 집에 가서 책 읽을 시간도 나온다.

생산자 : 도연모

정보원/출처 : 온라인 기증

날짜 : 2014.5.12